들어가며
솔직히 이 뉴스 보고 잠깐 멈칫했다. 애플 하면 당연히 팀 쿡이고, 팀 쿡 하면 애플이었으니까. 그게 2011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15년이었다. 근데 그 시대가 끝난다. 2026년 4월 20일, 애플은 공식 발표를 통해 오는 9월 1일부로 팀 쿡이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후임으로 존 터너스(John Ternus)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이 취임한다고 밝혔다.
단순한 인사 교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게 어떤 의미인지 조금만 들여다보면 꽤 무게감이 다르다.

사진 = EPA연합뉴스
팀 쿡 15년, 숫자로 보는 애플의 성장
팀 쿡은 2011년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CEO에 올랐다. 당시 애플의 시가총액은 약 3,500억 달러 수준이었다. 그리고 2025년 기준, 그 수치는 4조 달러를 넘어섰다. 재임 기간 동안 시가총액만 10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매출도 마찬가지다. 2011 회계연도 기준 1,080억 달러였던 연간 매출이 2025 회계연도에는 4,160억 달러 이상으로 약 4배 가까이 성장했다. 아이폰 중심 기업이었던 애플을 아이클라우드, 애플뮤직, 애플TV 같은 서비스 사업과 애플워치, 에어팟 같은 웨어러블 라인업까지 포함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건 쿡의 가장 큰 공로로 꼽힌다.
팀 쿡은 퇴임 후 CEO 자리를 내려놓고 이사회 의장(Executive Chairman)으로 역할을 전환한다. 완전히 손을 떼는 게 아니라, 여름 내내 터너스와 인수인계를 진행하면서 9월 1일 공식 전환이 이루어지는 구조다. 이사회도 재편돼 현 비상임 이사회 의장 아서 레빈슨은 선임 사외이사로 바뀌고, 터너스가 이사회에 새로 합류한다.
존 터너스는 누구인가
이번 인선이 흥미로운 건, 전형적인 내부 승계라는 점이다. 존 터너스는 현재 50세로, 2001년 애플 제품 디자인팀으로 입사했다. 2013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에 오른 뒤 2021년 수석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애플 입사 전에는 버추얼 리서치 시스템즈에서 기계 엔지니어로 일했다.
그의 손을 거친 제품들이 꽤 익숙하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워치, 에어팟 등 애플 핵심 제품군의 하드웨어 개발을 총괄해온 인물이다. 최근에는 맥북 네오, 아이폰 에어, 아이폰 17 프로 출시를 직접 이끌며 경영 능력까지 인정받았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이미 그를 팀 쿡의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했었다.
팀 쿡은 터너스를 두고 “엔지니어의 두뇌, 혁신가의 영혼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터너스 본인은 “스티브 잡스 밑에서 일하고 팀 쿡을 모실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며 “반세기 동안 이어진 가치와 비전을 바탕으로 애플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터너스 체제 앞에 놓인 과제들
시장의 시선은 이미 터너스의 첫 행보에 쏠려 있다. 애플은 여전히 강한 수익성과 브랜드 충성도를 갖추고 있지만, 생성형 AI 경쟁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시리 개편 지연과 외부 AI 의존 논란도 아직 해소되지 않은 숙제다.
외신들의 해석도 비슷하다. 로이터는 이번 인선을 두고 팀 쿡 체제의 공급망·운영 중심 리더십에서 제품 중심 리더십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하드웨어 전문가가 수장에 오른 만큼, 폴더블폰이나 안경형 기기, AI 기능이 강화된 차세대 하드웨어에 더욱 드라이브가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쿡이 이사회 의장으로 남아 자문 역할을 지속하는 구조인 만큼, 급격한 전략 전환보다는 관리된 전환에 가깝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마무리
스티브 잡스 → 팀 쿡 → 존 터너스. 애플은 항상 리더 교체의 순간마다 ‘이제 어떻게 되나’라는 불안을 극복하면서 성장해왔다. 터너스가 하드웨어 전문가라는 배경을 살려 AI 시대에 어떤 제품으로 시장을 다시 흔들지, 9월 1일 이후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