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요즘 링크드인이나 스레드를 열 때마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AI로 딸깍 한 번에 완성”, “커서(Cursor)로 앱 뚝딱”, “클로드(Claude)로 10분 만에 UI 완성” 같은 게시물들. 처음엔 신기했는데, 이제는 솔직히 좀 피로하다.
근데 이상한 건, 피로하면서도 또 불안하다는 거다. ‘저 사람은 저렇게 하는데 나는 왜 못하고 있지?’ 하는 생각. 개발자 8년 차인 나도 어느 순간 AI 강의 목록을 뒤지고, 유료 플랜 가격을 비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게 바로 FOMO(Fear of Missing Out) — 나만 뒤처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 우리 모두가 이 늪에 빠져있는 것 같다.

사진=클로드
AI 발표 하나에 주가가 흔들리는 시대
이건 단순한 느낌이 아니다. 실제로 수치로 확인된 현상이다.
2026년 4월, Anthropic이 클로드 디자인(Claude Design) 을 공개했을 때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놀라움과 감탄. 그리고 동시에 — 피그마(Figma), 어도비(Adobe) 등 기존 디자인 툴 관련 주식이 하락했다. 클로드 하나의 발표가 업계 전체의 주가를 흔든 것이다.
AI의 발전 속도는 정말 빠르다. 몇 달 전에 안 되던 게 지금은 되고, 지난주에 최신이었던 게 이번 주엔 구식이 된다. 이 속도 앞에서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기업들은 AX(AI 전환) 사례를 앞다퉈 발표하고, AI를 교육할 인력을 구한다. 이 흐름 속에서 기존 방식을 고수하면 금방 도태될 것만 같다.
“딸깍”의 진짜 의미 — 우리가 모르는 이면
소셜 미디어에서 AI 관련 콘텐츠를 보면 항상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딸깍”. 클릭 한 번에 결과물이 완성된다는 뉘앙스다.
근데 실제로 그 “딸깍” 뒤에는 뭐가 있을까?
- 전체 작업 중 일부만 AI로 자동화한다. 이미지 리터칭이나 특정 반복 작업처럼 자동화하기 용이한 영역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 그 “딸깍”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비효율이 먼저 존재한다. AI 에이전트 구축, 디자인 시스템 세팅, JSON 데이터로 AI 학습, 서버 연결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작업들이 선행된다.
- 이미 만들어진 AI를 제품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AI 쓰면 이만큼 시간 단축 됩니다”라는 방식으로.
실제로 디자인 스튜디오 플러스엑스(PlusX)의 세미나에서도 이 점을 명확히 짚었다고 한다. “AI 작업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효율의 이면에는 반드시 비효율적인 선행 작업이 따른다는 것. “딸깍”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효율을 쫓다가 본질을 잃고 있는 건 아닐까
AI 관련 콘텐츠 중에는 “AI는 도구일 뿐, 잘 다루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도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잘 다루는가(수행)”에 대한 콘텐츠는 넘쳐나고,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본질)”에 대한 이야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알고리즘 구조상 “AI로 효율 올리는 법” 같은 콘텐츠가 상위 노출된다. 새 툴이 나올 때마다 사용법 영상이 쏟아지는 것도 같은 이치다. 본질보다 수행 방법이 더 눈에 띄는 구조다.
디자인을 예로 들면, AI는 데이터 기반으로 누구에게나 무난하게 받아들여지는 평균적인 디자인을 낼 수 있다. 하지만 특정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거나, 오래 기억에 남는 디자인을 만드는 건 다른 문제다. “AI가 스스로 좋은 디자인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예스”라고 하기 어려운 이유다. 좋은 결과물을 위해 방향을 설정하고 디렉팅하는 사람의 역할이 여전히 필요하다.
효율을 위해 고민의 절차 자체를 생략하다 보면, 결국 오래 기억되지 못하는 결과물만 남게 된다. 고민이 많이 필요한 작업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마무리
나도 이 FOMO 늪에서 자유롭지 않다. AI 강의 찾고, 유료 플랜 비교하고, 새 툴 나올 때마다 써봐야 할 것 같은 압박감. 이게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안다.
다만 한 가지는 붙들고 싶다. 포토샵에서 피그마로, 피그마에서 AI로 — 툴은 계속 바뀌어왔다. 그때마다 도구를 익히면서도 왜 이걸 만드는지,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잊지 않았던 사람들이 살아남았다.
FOMO에 휩쓸려 불안해하기만 한다면 진짜로 뒤처진다. AI 시대일수록 본질을 붙드는 게 더 중요하다. 새로운 툴을 익히되, 그 본질만큼은 흔들리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