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솔직히 며칠 전까지만 해도 확전이 기정사실처럼 느껴졌다. 트럼프가 “이란 발전소와 교량을 폭파하겠다”고 공개 협박했고, 이란은 “협상 같은 건 없다”며 맞받아쳤으니까. 그런데 데드라인이 딱 90분 남은 시점에 극적 반전이 터졌다.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잠정 휴전에 합의한 것이다.
국제 뉴스를 좀 관심 있게 보는 사람이라면 이 뉴스 보고 “어, 진짜?”하고 화면을 다시 봤을 거다. 나도 그랬으니까. 근데 막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진짜 끝난 건지, 아니면 2주짜리 숨 고르기인지 좀 불투명하다.

AFP=연합뉴스
90분 전 무슨 일이 있었나
현지시간 7일(한국시간 8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협상 최후통첩 시한이 오후 8시였다. 그런데 그보다 딱 90분 전인 오후 6시 32분, 트럼프가 트루스소셜에 글 하나를 올린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이고 안전한 개방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나는 이란에 대한 폭격과 공격을 2주간 중단하는 데 동의한다.”
이게 전부다. 협상 마감 5시간 전부터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양국을 오가며 중재를 벌였고, “제발 기한을 2주만 늘려달라”고 트럼프에게, “선의의 표시로 호르무즈를 열어달라”고 이란에 동시에 호소한 결과였다.
전쟁이 시작된 지 39일 만에 일단 총성이 멈췄다.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도 2주 휴전안을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란 외무장관도 공격이 멈추면 이란군도 방어 작전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근데 양측 다 “내가 이겼다”고 한다
여기서부터가 복잡하다.
미국 측은 트럼프가 “이미 모든 군사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이란과의 장기적 평화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언뜻 보면 협상을 주도한 강자의 여유처럼 들린다.
이란 측은 더 강하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이란이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이란이 제시한 10개 조항의 종전안을 미국이 수용했다고도 주장했는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다:
-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지속적 통제
- 중동 내 미군 전투 병력 전면 철수
- 대이란 제재 1·2차 전면 해제
- 전쟁 피해 배상금 지급
- 해외 동결 자산 반환
-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한 합의의 국제법적 구속력 부여
솔직히 미국이 이걸 다 수용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백악관은 “협상의 실행 가능한 토대”라는 표현만 썼을 뿐, 이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공식 확인은 없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과정을 ‘막판(11th-hour) 외교 드라마’라고 평가했다. 드라마는 드라마인 거다.
2주 후는? 외신이 보는 험로
FT는 이번 휴전을 “깨지기 쉬운 창문” 에 비유했다. 블룸버그는 “전쟁 종료 계획은 아직 없다”고 못 박았다.
핵심 쟁점만 봐도 그렇다:
- 호르무즈 해협: 미국은 “완전·즉각·안전 개방”을 고수하지만, 이란은 자국 군의 통제권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통행료를 받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 핵 개발: 미국엔 포기가 마지노선인데, 이란은 최종 종전 협상에서나 논의할 수 있다는 태도다.
- 이스라엘 변수: 이스라엘은 마지못해 2주 휴전을 받아들였지만, 아직 이란에 타격할 군사 목표가 많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4월 10일부터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대면 협상이 시작된다. 파키스탄·중국이 중재자로 나서고, 미국 측에서는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와 JD 밴스 부통령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CNN이 전했다. 단, 이란 국영방송은 “완전한 불신 속에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출발부터 녹록지 않다.
마무리 — 2주는 기적의 시작일까, 단순 리셋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조심스럽게 보는 편이다. 이번 휴전은 진짜 평화의 씨앗일 수도 있지만, 양측이 서로 다른 판을 읽고 있다는 게 문제다. 미국은 “군사적 우위를 확보했으니 협상 유리하게 끝내자”이고, 이란은 “우리가 버텼으니 우리 조건대로 받아내자”인 셈이다.
2주 안에 이 간극이 좁혀지면 세계 경제와 에너지 시장이 한숨 돌린다. 유가는 이미 휴전 소식에 급락세를 보였다. 반대로 협상이 결렬되면 다시 확전 시나리오로 돌아간다. 이슬라마바드 협상, 지켜봐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