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솔직히 말하면, 나는 한국 유망주들이 MLB 간다는 소식에 이제 좀 무뎌졌다.
심준석, 장현석… 계약할 때는 다들 난리였는데. 근데 지금 어떻게 됐냐면, 장현석은 다저스 TOP 30에서 이미 밀려났다. 계약 직후가 커리어 하이였던 셈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처음엔 “또 그런 거겠지” 했다. 근데 김성준은 좀 달랐다. 숫자가 다르다.

김성준은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선정한 텍사스 구단 유망주에서 17위까지 뛰어오르며 상승세를 보여줬다
김성준은 19살이다. 광주일고 출신으로, 고교 시절부터 투수도 되고 타자도 된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래서 ‘한국판 오타니’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난해 5월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금 12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8억 원에 계약했다.
근데 여기서 하나 알아야 할 게 있다. MLB 국제 유망주 계약은 구단마다 ‘보너스풀’이라는 한도가 있다. 한 선수에게 전부 퍼붓는 구조가 아니다. 그 상한선 안에서 120만 달러라면, 텍사스가 진심이라는 거다.
실제로 올 시즌 루키리그 성적을 보면 이게 허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 타율 0.310 (42타수 13안타)
- 홈런 2개, 12타점
- 출루율 0.408 / 장타율 0.571
- OPS 0.979
14경기 기준이긴 하지만, 이 성적이면 싱글A 승격 얘기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OPS 0.979는 메이저리그 기준으로도 올스타급 수치다. 그걸 루키리그에서 찍고 있다.
베이스볼 아메리카 텍사스 유망주 17위 — 이게 왜 대단한가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MLB 팬이라면 다 아는 유망주 평가 전문 매체다. 각 구단별로 TOP 유망주를 주기적으로 발표한다.
5월 말 업데이트에서 김성준이 텍사스 구단 유망주 17위에 올랐다.
처음엔 “그게 대단해?”라고 할 수 있다. 근데 맥락이 중요하다.
텍사스 팜 시스템은 MLB 전체에서 중위권이다. 밀워키나 다저스처럼 팜 강호가 아니다. 그 팀 안에서 17위라면 그냥 그 팀 안에서만 잘하는 수준처럼 보일 수 있다.
지금 한국 선수 중 유일하다
현재 베이스볼 아메리카 기준으로 각 구단 유망주 TOP 20권 안에 이름이 있는 한국 선수는 김성준 한 명뿐이다. 심준석도, 장현석도 없다.
그리고 김성준은 아직 루키팀 소속이다. 이 나이에, 이 단계에서, 이 랭킹이면 출발이 완전히 다른 거다.
투타 겸업이 현실이 된다면
텍사스는 계약 당시부터 분명히 했다. 김성준이 원한다면 투타 겸업을 지원하겠다고.
올 시즌은 아직 투수 등판 기록이 없다. 타격을 먼저 완성시킨 다음, 투수 가능성도 테스트할 계획이다.
만약 투타 겸업이 현실화되면? 랭킹은 더 오른다. 지금 그 앞에 있는 선수들은 전부 타자 아니면 투수다. 하나만 한다. 두 포지션 모두 가능하다는 희소성이 붙으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텍사스 구단의 신뢰가 다르다
구단 관계자들이 공개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들뜨지 않고 정말 열심히 한다. 야구에 진심인 선수.”
미국 가서 적응 못하고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많다. 태도에서부터 다르다는 거다.
공교롭게도 텍사스에는 박찬호, 추신수, 양현종이 거쳐 갔다. 박찬호와의 FA 계약은 구단 역사에서 아직도 ‘흑역사’로 남아 있다. 김성준이 그 이미지를 바꾸는 선수가 될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 꽤 흥미롭게 보고 있다.
지금 단계 성적으로는 선배들보다 낫다
섣불리 “다음 오타니다”라고 단정하는 건 이르다. 루키리그와 빅리그 사이엔 싱글A, 더블A, 트리플A가 있다. 갈 길이 멀다.
근데 이맘때 성적으로 따지면 앞서 간 선배들보다 지금이 확실히 낫다. 숫자가 그걸 말해주고 있다.
오랜만에 기대되는 한국 유망주가 나왔다.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는지 계속 지켜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