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솔직히 나도 처음엔 “연구산업육성사업”이라는 말만 들었을 때, 대학 교수들이나 국책연구소 소속 연구자들 얘기겠지 싶었다. 기술 창업 준비하면서 정책자금 정보 찾다 보면 이름부터 딱딱한 사업들이 너무 많아서,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사진=아이클릭아트
근데 이번 과기정통부 발표 내용 좀 들여다봤더니 생각보다 범위가 넓었다. 대학·출연연 소속 연구자뿐 아니라 연구개발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기업, 심지어 주문연구 기업과 연구관리 분야 전문기업도 참여 가능하다고 한다. 이 정도면 AI 기반 솔루션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나 1인 창업자도 범주에 들어갈 여지가 있다.
2026년 연구산업육성사업 신규 공모 마감이 이달 4일(3월 4일) 까지였다는 건 좀 아쉽지만, 구조 자체는 다음 라운드에도 이어질 테니 지금부터 파악해두는 게 낫다.
57억, 47개 과제 — 숫자로 보는 이번 공모
이번 공모의 핵심 수치부터 정리하자.
- 총 지원 규모: 57억 원
- 선정 과제 수: 47개
- 접수 시스템: 범부처 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
- 접수 기간: 2026년 2월 19일 ~ 3월 4일
과제당 평균으로 계산하면 약 1억 2천만 원 수준이다. 물론 과제 유형마다 규모가 다르겠지만, 초기 창업 기업 입장에서는 꽤 의미 있는 금액이다.
지원 대상은 크게 세 그룹이다.
- 대학 및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연구자
- 연구개발을 독립적으로 또는 수탁 방식으로 수행하는 주문연구 기업
- 연구관리 분야 전문기업
사실 “연구관리 전문기업”이라는 표현이 처음엔 좀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쉽게 말하면 R&D 프로세스 자체를 효율화하거나 지원하는 서비스를 하는 곳들이다. AI 기반 연구 자동화 툴, 데이터 관리 솔루션 같은 것들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창업 → 고도화 → 해외진출, 정부가 그리는 성장사다리
이번 사업에서 내가 제일 주목한 부분은 지원 구조다. 과기정통부는 단순히 돈을 뿌리는 게 아니라 기술 창업 → 스케일업(고도화) → 글로벌 시장 진출로 이어지는 단계별 성장 경로를 설계하고 있다.
실제 성과 사례들도 공개됐는데, 보면서 꽤 인상적이었다.
- 다겸: AI 기반 예지보전 카메라 시스템으로 반도체·이차전지 공정에 적용. 매출이 2023년 30억 원에서 2025년 107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3년 만에 3배 이상. 이게 스케일업 지원을 받은 결과다.
- 젬크로(연세대 교원 창업): 전임상용 마우스 모델 사업화로 5억 원 수주 + 신규 고용 5명 + 영국 수출 추진 중.
- 엔비피헬스케어: 뇌 질환 치료용 생균치료제 분야에서 미국 FDA 사전 임상상담(Pre-IND) 완료. 해외 투자 유치와 기술 이전까지 노리고 있다.
세 곳 다 공통점이 있다. 처음부터 글로벌을 겨냥한 게 아니라, 국내에서 기반을 쌓고 정부 지원으로 단계를 밟아 해외로 나갔다는 점. 이 구조가 맞다고 본다. 처음부터 해외 시장 두드리는 건 솔직히 리소스가 없으면 현실적으로 어렵다.
1인 창업 준비하는 입장에서 느낀 점
나는 지금 AI 솔루션 기반으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정책자금 소식을 볼 때마다 “나는 해당되나?”부터 본다.
이번 사업은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기업에게 바로 열려 있는 문은 아닐 수 있다. 특히 대학·출연연 연구자 중심으로 설계된 측면이 강하다. 근데 주문연구 기업 카테고리는 계속 확인할 필요가 있다. 외부로부터 R&D를 수탁받아 수행한다는 조건이 맞는다면, 기술 기반 스타트업도 참여 가능성이 열려 있다.
당장 이번 공모를 놓쳤더라도, 연구산업육성사업은 매년 신규 공모가 이어지는 연속 사업이다. 지금부터 IRIS 시스템에 계정 만들어두고 공고 알림 세팅해두는 게 좋다. 정책자금은 결국 준비된 사람이 먼저 챙기는 게임이라는 걸 몇 번 경험하고 나면 알게 된다.
마무리
연구산업이라는 말이 나랑 거리가 멀 것 같아도, 들여다보면 의외로 연결고리가 있다. 정부는 R&D 인프라를 넘어 사업화와 글로벌 진출까지 밀어주려는 방향을 잡고 있고, 실제 기업들의 성과도 나오고 있다.
기회는 항상 공고문 안에 있다. 귀찮아도 한 번씩 열어보는 사람이 결국 챙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