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광화문 공연, 나는 200m 앞 사무실에서 지켜봤다 — 축제였을까, 봉쇄였을까

들어가며

솔직히 말하면, 나도 BTS 팬이다. 그들이 한류를 전 세계에 알리고, 한글의 가치를 높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근데 3월 21일, 광화문 컴백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소식을 들었을 때 내 첫 반응은 기대보다 걱정이었다.

광화문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뭔가 예감이 왔달까.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200m 앞에서 본 광화문 — 잔치가 아니라 감옥이었다

16일부터 무대 설치가 시작됐고, 날이 갈수록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높아지는 방호벽, 점점 좁아지는 보행 통로, 경비 인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평소 시민들이 자유롭게 거닐던 광화문 광장이 서서히 다른 공간으로 변해갔다.

결정적으로, 20일 오후 9시부터 22일 새벽까지 33시간 동안 광화문광장이 전면 통행 제한에 들어갔다. 광화문에서 시청까지 1.2킬로미터 구간에 외곽 통제선이 쳐지고, 31개 게이트에 공항 수준의 보안 검사대와 금속탐지기가 설치됐다. 지하철 출구 29개가 통제되고, 광화문역·시청역·경복궁역은 무정차 통과까지 시행됐다.

공연 당일, 나는 공연장 근처에도 못 갔다. 200m 앞인데, 갈 수가 없었다.

밖에서 바라본 광화문은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감옥이었다. 방호벽 안이 어떤지 밖에서는 알 수 없었고, 인근 31개 빌딩 출입마저 통제됐다. 어느 시민 말처럼 “BTS가 도시 일부를 마비시켰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었다.

택배 배송이 제한되고, 경복궁·세종문화회관이 문을 닫고, 결혼식 하객들이 경찰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안전 vs 시민 권리 — 이 둘이 정말 양립 불가능했을까

이태원 참사 이후 대규모 공연에 안전 대책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그 부분은 진심으로 동의한다.

근데 이번 규모가 과연 적절했을까. 경찰 6,700명에 공공 인력까지 합쳐 1만 명이 넘게 동원됐다. 실제 입장 관객은 경찰 비공식 추산 4만 2천 명이었다. 수치로 따지면 경호 인력 1명이 관객 2.8명을 담당한 셈이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민간 공연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 경찰이 시민 권리를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돌봄노동자대회 행진이 취소되고, 정의기억연대 수요시위에도 자제 요청이 내려갔다. 공연 하나 때문에 집회의 자유까지 눌린 것이다.

넷플릭스와 하이브는 공연 전체 생중계를 금지하고 업로드 영상 분량까지 제한했다. 한국영상기자협회는 공공성이 큰 공간의 대형 행사인데 보도 자율성이 지나치게 제한된다고 공개 비판했다.

광장 대여료는 7일간 고작 3천만 원. 하이브라는 사기업이 국민의 공간을 그 돈으로 빌려 쓰면서, 1만 명의 공적 인력을 동원한 것이다.

광화문 광장은 누구의 것인가

광화문 광장은 세종대왕의 한글 정신이 깃든 곳이다.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곳이다. 그 공간이 특정 기업의 행사장으로 일주일 가까이 쓰인 것, 뭔가 좀 어긋나지 않는가.

BTS의 음악적 성취와 한류 기여는 진심으로 존중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아쉽다. 세계적 음악인의 공연이라면, 시민을 배제하고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과 어울리는 열린 축제여야 하지 않을까.

김민석 국무총리조차 “회사가 책임감을 갖고, 국민이 일정한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하이브와 서울시가 이 말을 진지하게 새겨야 한다.

마무리

나는 그날 공연을 못 봤다. 200m 앞에 있었는데도.

공연은 성황리에 끝났고, 사고도 없었다. 그건 다행이다. 근데 뭔가 씁쓸한 기분은 지워지지 않는다. 광화문 광장이 ‘모두의 공간’이라는 전제 위에서 더 나은 방식은 없었을까. 안전과 시민의 권리가 양립할 수 있는 방식을.

열린 광장을 감옥으로 만드는 공연은, 아무리 화려해도 진정한 축제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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